놀라지 말기 바란다. 2008년 5월 27일 현재, 메이저리그 전체 승률 1위팀은 보스턴도 양키스도 아닌 탬파베이 레이스다. 유망주 랭킹이 아니라, 진짜 순위에서 1위라는 얘기다. 게다가 그 뒤를 잇는 전체 2위팀은 MLB 연봉총액 최하위인 플로리다 말린스다. 포브스의 2008 구단가치 순위에서 제일 아래인 29, 30위에 랭크된 두 팀은 현재 각각 AL과 NL 1위를 질주하며, 연봉총액과 구단가치에서 상위에 오른 부자 구단들을 질겁하게 만들고 있는 중이다. 이런 깜짝쇼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지만, 현재까지의 기세로 봐서는 쉽게 끝날 것 같지는 않다. 라인업 대부분이 30개월 미만의 안전성이 불확실한 선수들로 이루어진 두 팀임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미친소 뒷걸음질하다 쥐잡는 격의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반면 포브스의 순위에서 구단가치 1, 2위에 랭크된 뉴욕의 두 팀, 양키스와 메츠는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극도의 부진을 보이고 있다. 양키스는 현재 25승 26패로 AL 동부지구 최하위를 기록 중이고, 메츠 역시 24승 26패로 NL 동부 4위. 구단 가치나 연봉 총액과 실제 성적이 반비례하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올시즌 뉴욕 연고의 두 구단이 동시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는 사태도 벌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시즌 시작 전만 해도 두 팀이 이렇게까지 부진하리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양키스는 언제나처럼 보스턴과 지구 선두를 다툴 것이 당연시되었고, 메츠 역시 동부지구 1위를 놓고 필리스와 경쟁할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했다. 하지만 시즌 시작 두달 여가 지난 현재 두 팀의 모습은 참담하다. 그 때문인지, 지난 17~18일 양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두 팀간의 서브웨이 시리즈까지 어딘가 맥빠진 듯한 경기가 되고 말았다. 관중수는 55,000명으로 매진을 기록했지만 전국적인 관심도는 예년보다 훨씬 적었고, 경기 자체도 우천 순연과 오심 등이 버무려지며 실망스러운 내용을 보여주었다.
두 팀의 문제는 비슷하다. 우선 지적되는 것이 고액 연봉자들의 잇다른 부상. 양키스는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앤디 페티트, 호르헤 포사다가 부상자 명단에 오르며 전력에 큰 차질을 빚었고 메츠 역시 알루의 잦은 부상과 올랜도 에르난데스, 페드로 마르티네스의 DL행이 선발투수진의 붕괴를 초래하고 있다. 여기에 양키스는 제이슨 지암비, 메츠는 카를로스 델가도가 각각 중심타선에서 전혀 제 역할을 해주지 못하면서 타선의 무게감이 크게 떨어진 것도 문제다. 무엇보다 두 팀 모두 기대했던 젊은 선발투수들 -양키스는 휴즈와 케네디, 메츠는 펠프리와 페레즈- 이 무너지면서 로테이션에 큰 구멍이 생긴 것도 골치아픈 부분이다.
최근 들어서는 감독의 능력과 팀 캐미스트리에 대한 비판까지 거세지고 있다. 양키스의 경우 지난 5월 14일 패배 후 행크 스테인브레너 구단주가 지라디 감독을 강하게 비난했는데, 이는 조 토레 이전까지 파리목숨이나 다름없던 양키스 감독들의 행보를 연상케 하는 부분이다. 30개월 미만의 짧은 기회만을 주고 수시로 감독의 목을 따던 과거의 '양키 감독 수난사'가 되풀이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메츠 역시 마무리 투수 빌리 와그너가 잇달아 동료들을 비난하며 엉망인 팀 분위기를 보여준 가운데, 랜돌프 감독은 자신이 흑인이라 언론의 비난을 받는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가 구단주 윌폰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미나야 단장의 두둔으로 상황이 수습되기는 했지만, 올스타전 이전까지도 지금의 부진이 계속된다면 감독 교체는 현실로 다가올 게 분명하다. 메츠 팬들은 랜돌프와 쇼엔와이즈 등 먹튀들의 남은 계약기간을 확인하며 한숨쉬는게 일상이 된지 오래다.
사실 두 뉴욕 팀에게 있어 올 시즌은 그 어느 해보다도 중요하다. 올해는 양키 스타디움과 셰이 스타디움에서 벌어지는 두 팀의 마지막 시즌이며, 특히 양키 스타디움에서는 올스타전이 열리는 해이기도 하다. 오래도록 사용한 두 구장은 모두 올해가 끝난 뒤 헐릴 예정이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따라서 두 팀으로서는 홈구장에서의 마지막 해인 올해 좋은 성적을 내고 우승을 역사에 남겨야 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양키스와 메츠 2009년부터는 거액을 들인 새 구장에서 시즌을 맞이하게 된다. 새 구장 건설비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오픈 첫 해의 입장 수입 -특히 시즌티켓 판매- 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창립한지 얼마 안된 지역 방송국의 시청률과 광고 수입 역시 양키스-메츠의 성적과 직결되는 것은 물론이다. 올시즌 성적에 두 뉴욕 팀이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또한 뉴욕 두 팀의 부진은 MLB 사무국과 전국 방송사들 입장에서도 초유의 관심사다. 물론 두산-LG의 성적이 리그 전체의 흥행을 좌우하는 한국만큼은 아니지만, 메이저리그 역시 뉴욕 팀들의 포스트시즌 진출은 전국 중계방송 시청률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 디트로이트와 세인트루이스가 맞붙은 지난 2006 월드시리즈의 경우 예년에 비해 눈에 띄게 낮아진 TV 중계 시청률을 기록했다. 때문에 팬들에게는 즐거운 일일지 몰라도, 올시즌 역시 탬파베이-플로리다의 월드시리즈 격돌을 보고 싶어하는 방송사와 MLB 사무국 관계자는 하나도 없는게 사실이다.
여름을 맞는 뉴욕의 두 팀은 한없이 우울하기만 하다. 과연 올해 10월, 뉴욕의 가을은 어떤 모습일까. 현재의 부진한 모습을 딛고 포스트시즌에서 뛰는 두 팀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 110경기를 남겨둔 지금, 두 팀의 지구 1위 팀과의 승차는 6게임 이내에 불과하다. 양키스는 A-Rod가 돌아왔고, 메츠도 6월 2일 페드로가 로테이션에 돌아올 것이다. 나아질 여지는 충분하다. 그리고 두 팀의 부활을 모든 뉴욕 시민이, 지역 언론이, 구단주가, 방송사가, 버드 셀릭 커미셔너가 애타게 바라고 있을 것이다. 다음 서브웨이 시리즈는 보다 뜨거운 열기 속에서 치러지기를 기대해 본다.
이 글은 미디어다음 해외야구에 기고한 원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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