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비행기
2008년 7월 7일 저녁 9시, 인천공항에서 우루무치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맡겼다. 우리 비행기는 굉음과 함께 활주로를 내달으며 인천 앞바다 상공에 떠올랐다. 비행기는 계속 고도를 높이고 있었다. 이륙 20분후, 속도 485Km, 고도 24,500피트, 도착지까지는 2002마일 이라는 화면이 뜬다. 40분후, 속도 700Km, 고도 10,400m. 사방이 캄캄하다. 비행기를 많이 타보지 않아서 그런지 비행기에 몸을 실으면 왠지 내 몸이 아닌 것 같은 이상야릇한 감정이 느껴진다. 날개 없는 인간이 기계 하나에 의존하여 4만 피트 상공을 날고 있으니 목적지에 착륙할 때까지 한 자연인으로서는 속수무책이다. 비행기 안에서는 인간의 존엄성이 ‘허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륙 1시간이 지나자 키다리 미모의 여승무원들이 기내식을 나누어 주었다. 해물 밥, 빵, 순두부, 물 등이었다. 밤 비행기를 타느라 저녁을 미처 먹지 못한 나에겐 정말 좋은 식사였다. 기내식을 먹으니 평소에 학생들에게 농담했던 ‘ki·ne·sics(동작학(動作學), 몸짓 등의 신체 언어의 연구)’라는 말이 떠올랐다. 비행기내 식사인 ‘기내식(機內食)과 발음이 비슷해서 ’정보서비스론‘ 수업시간에 사서들의 몸가짐을 이야기할 때 “기내식을 잘 먹어야 한다.”고 농담한 것이지만 승무원들의 몸동작과 표정관리를 보니 기내식을 배달하는 승무원들은 동작학(ki·ne·sics)도 상당 수준 배우고 익혔음을 알 수 있었다.
실크로드 자료를 읽다가 잠을 청했으나 잠이 오지 않았다. 비행기가 흔들렸다. 스튜어디스의 안내멘트가 나왔다. “지금 비행기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안전벨트를 확인하시고 화장실 사용을 삼가 주시기 바랍니다.” 이어서 기장의 목소리도 나왔다. “승무원들은 제자리로 돌아가 주세요.” 한참을 흔들거리던 비행기는 다시 안정을 찾았다. 흔들리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다시 속수무책인 내 생명을 느껴보았다. 좌석 식판을 꼭 붙잡고 있어도 흔들리는 내 몸(body), 공포가 느껴지는 내 몸을 감지했다. ‘기내(機內) 수행(修行)’이 덜 된 탓인가 보다. 다른 승객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잠을 자고 있는데.. 기류변화가 좀 있었던 걸 가지고 놀라기는..‘촌놈’같이.
밤 12시 20분 구름사이로 저 아래 도시의 불빛이 보였다. 정렬되어 있는 불빛은 아마 중국 어느 도시의 가로등인 것 같다. 하늘에는 수많은 별이 반짝인다. 아래로는 도시의 불빛, 하늘에는 은하의 별빛, 온통 ‘별천지’가 전개되는데, 비행기 날개에 해맑은 초승달이 걸쳐있다. 비행기 날개와 조각달이 어울려 마치 돛단배처럼 보인다. “저 ‘조각달 돛단배’는 은하수 달나라를 지나 어디로 갈까?” 시인 같으면 시 한수 떠오를 만도 한데, 내 입에서는 그저 “아 멋있네.” “아 새로운 경치네.” 정도밖에 돌아 나오지 않는다. 무언가 시적(詩的) 감정이 있기는 한데 표현이 안 되는 이 답답함, 그렇다고 야 훠! 소리칠 수도 없다. 비행기 안에서 호들갑을 떨다간 아마 ‘똘아이’ 내지 ‘촌놈’ 소릴 들을 것이다.
7월 8일 새벽 1시. 하늘에 조각달은 사라지고 별들만 반짝인다. 4시간을 날았는데 어디까지 왔는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다. “어디가 어딘지 원” 밤이라 그런지 속도감도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현지시간으로 새벽 2시가 되어서야 우리 비행기는 우루무치 국제공항에 덜커덩 하고 바퀴를 굴렸다. 다시 생명의 존엄성이 살아났다. 한밤의 우루무치 공항, 우중충한 유니폼을 입은 중국 공항직원들이 우리 일행의 입국검사를 시작했다. 공항을 빠져나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1시간, 그들의 표정과 동작들을 보니 우리 비행기 승무원들이 공부하고 몸에 익힌 ki·ne·sics(동작학(動作學)은 전혀 모르는 사람들 같았다. 한 밤중에도 경직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새벽 3시가 되어서야 호텔에 도착하여 5시 반에 기상하라는 인솔자의 당부를 듣고 1시간 눈을 붙였다. 그러나 잠들자마자 울려대는 모닝콜, 나는 잠결에 불평을 했다. 우루무친지, 고슴도친지, 원, 잠 좀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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