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값싸고 질 좋은

 '값싸고 질 좋은'
이란 말에는 매우 합리적인 경제관념이 들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값싸고 질 좋은 고기를 들여 오기 위해, 미국산 소고기가 들어왔고 추석을 맞아 본격 유통될 것이라 전망했다.

 값싸고 질 좋은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해, 민간에 수돗물 관리를 위탁한다고 했다가 된서리를 맞고 만 하루만에 백지화했다.

 1. 값싸고 2. 질 좋은, 두 가지 전제 조건을 달았음에도 둘 다 충족될 것이라고는 선뜻 믿기지 않는다.
 듣는 이에 따라 1과 2 중 어느 한 쪽만 부각되어 들리고,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은 쪽은 많은 쪽으로 인해 상쇄될 수 있는 소지가 있다.
 즉, 눈속임에 불과한 수작이라는 것.

 "값싸고 질 좋은"이란 매우 합리적이면서 매우 이상적인 상태를 지속한다는 것은 서민의 생활에 분명 보탬이 될 것이다.

 다만, 그러한 상태를 유지, 아니 성립이나 시킬 수 있느냐 하는 부분은 여전히 의문스러울 따름이다.


■ 민영화 논리의 변증법

 방만 : 맺고 끊는 데가 없이 제멋대로 풀어져 있다.
 전기, 가스, 수도, 의료보험 민영화를 백지화한다는 발표가 있은 후 한전은 감사에 들어갔고, 일부 임원들이 구속되었다. 다른 공기업들 역시 '방만'이라는 꼬리표를 달 만한 문제들을 적발했다.

 정부의 민영화 논리는 '방만'이라는 구조적 매너리즘을 타파하고 기업간 가격경쟁을 통해 서민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을 것이라는 면을 부각시킨다.
 그리고 '공기업은 방만하다'는 인식을 끊임없이 국민에게 각인시킨다.
 결국엔 '방만'한 공기업은 민영화해야 한다는 데 공감할 것이다.

 즉, 민명화 하면 '방만'을 해결할 수 있다. 공기업은 방만하다. 그러므로 공기업은 민영화해야 한다는 단순한 변증법이 성립한다.

 그러한 의도대로 6월에서 8월까지의 과정을 거쳐온다.

 정부는 지난 6월,전기, 수도, 가스, 의료보험 민영화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 이명박, 가스·수도·전기·의료보험 민영화 없다 2008.06.19 (목) 폴리뉴스
- “가스·전기·수도·의료보험 MB임기 중 민영화 안한다” 2008.06.19 (목) 중앙일보
- 수도ㆍ전기ㆍ가스ㆍ의료보험, 민영화 안한다  2008.06.18 (수) 아시아투데이
 그 발표가 있은 후 정부는 노골적으로 공기업 내사에 들어갔고,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을 골자로 하는 자료를 계속 내 놓는다. 언론은 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을 비판하는 기사문을 계속 내 놓는다.

- '한전 납품비리' 2억 챙긴 과장 체포 2008.07.11 (금) 연합뉴스
- 공기업,神도 놀랄 ‘탈세 잔치’ 2008.07.23 (수) 국민일보
- [사설]공기업, ‘비리 온상’ 비난 지겹지도 않은가 2008.08.01 (금) 경향신문
- "공기업 `방만운영 심각`, 뼈깎는 노력해야" 2008.08.20 (수) 서울일보
- 공공기관 방만경영 ‘이유 있었네’…국회 공기업특별위 보고서 2008.08.22 (금) 경향신문
- 산업銀, 수당·보상금 '돈잔치'…"민영화 되면 개선" 2008.08.22 (금) 뉴시스
- 국민혈세 펑펑… 구멍 뚫렸다-공기업 방만경영실태 2008.08.24 (일) 일간연예스포츠
 그렇게 '공기업은 방만하다'는 암시를 주고 은근슬쩍 수돗물 민영화 이야기가 터져 나왔다.


■ 다시 '값싸고 질 좋은'
 
 '방만'은 이제 전면에 나서지 않아도 된다.
 충분히 공기업은 방만하다는 인식을 심어줬기 때문에, '방만=민영화로'의 논리에 쉽게 수긍하게 된다.

 남은 문제는 공기업을 민영화하여 방만한 운영을 청산하고 값싸고 질 좋은 수돗물을 공급하여 서민 물가/경제가 안정된다고 설득하는 것이다.

 그리고 관용구처럼 '값싸고 질 좋은' 수돗물 공급을 위한 조치라는 말이 다시 나왔다.
싸다 : 물건 값이나 사람 또는 물건을 쓰는 데 드는 비용이 보통보다 낮다.
좋다 : 대상의 성질이나 내용 따위가 훌륭하여 만족할 만하다.
 '싸다'라는 개념에는 상대성이 들어 있다.
 수돗물이 싸다.
 도대체 무엇과 비교해서 싸다는 것인가?

 전기, 수도, 가스, 의료보험...
 독점적 재화에 비교대상이 있는가?

 혹시 다른 나라?
 적어도 내가 아는 범위에서는 공기업보다 값싸고 질 좋은 재화를 공급하는 민간기업은 없다..
 민영화 시켜놓고, 타국의 민간기업보다 싼 가격이라고 우길 것인지..(공기업보다 비싼 가격임에도..)


■ 정부의 정치 패턴

 1. 정부 : A를 한다고 발표
 2. 국민 : 반발
 3. 정부 : A를 안 한다고 발표
 4. 국민 : 안심
 5. 정부 : B를 한다고 발표, 국민 몰래 A를 추진
 6. 국민 : B에 대해 반발, A를 추진하는 것을 알아내고 반발
 7. 정부 : A를 안 한다고 다시 발표,
 8. 국민 : 불신
 9. 정부 : 또 몰래 추진하여 어줍짢은 논리 확립 후, A를 한다고 발표
 10. 국민 : 반발
 11. 정부 : A강행, B를 한다고 발표
 12. 국민 : B에 대해 반발
 13. 정부 : B를 안 한다고 발표
 (....4부터 반복...)

 정부의 정책에 동조하는 사람들은 '국민'이라는 말에 억울한 마음이 들 수도 있겠지만, '서민'이라고 쓰기엔 서민 아닌 국민은 너무 적기에 그냥 국민이라고 적었다.

 정부는 국민이 왜 반대하는지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
 단지 반대를 위한 반대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 그대 거짓말도 보여요.

 차라리 서민을 신경쓰지 않는 대통령임을 떳떳히 밝히기나 하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틈만 나면 서민생활 안정 대책입네 내 놓는 전시 대책을 보면서 헛웃음 밖에 나오지 않는다.

 생필품 51개 품목을 선정해 가격 안정시키겠다고 지키지도 못할 전시행정으로 인해 51개 품목 가격 폭등..
 그것으로 모자랐는지, 추석을 맞아 20여개 품목 집중 관리..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하지도 못할거면서 꽤나 서민을 위하는 척 가면을 쓰고,
 결국엔 한다는 것이 수돗물 민영화 같은 서민 생활을 위협하는 것만 골라서 하는 것인지..

 위선은 그만..

 땜질 하듯, 자신이 이전에 어떤 변명을 했었는지 기억하지도 못하는 듯한 정치를 하는 정부..

 입버릇 처럼 서민을 위해,, 서민을 위해..

 모든 것이 서민을 위한 것이니, 서민이 조금만 참고 가면 당근을 먹을 수 있는 양, 나귀 부리 듯 끌고가기엔 국민의 시야가 너무 넓어졌음을 인식해야 한다.

 앞만 보고 가라고 강요할 수 있는 시대도 아니다.

 서민보다는 부유층을, 분배보다는 성장을 중시하는 사람임을 모두 알고 있으니 표리부동하지 말고 자신의 소신을 표현했으면 좋겠다.

 엄한 서민들은 주지도 않을 당근 하나로 부려먹고, 측근들만 배불리게 하지 말고..

 민영화를 생각하는 정부가 아닌, 국민을 생각하는 정부가 되길..(너무 큰 기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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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밤톨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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