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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가> <모녀귀> <이프>로 유명한 이종호 작가의 호러 & 판타지 <귀신전>은 7월 21일 랜덤하우스코리아에서 출간 되었습니다(2권은 8월 27일부터 출간). 익스트림무비에서는 작가분과 출판사와의 협의를 거쳐 독점 연재로 공개됩니다. 절대로 퍼가시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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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귀사리
제2장 액막이 (1)
제2장 액막이 (2)
제2장 액막이 (3)
제2장 액막이 (4)
제2장 액막이 (5)
제2장 액막이 (6)
제2장 액막이 (7)
제2장 액막이 (8)
제2장 액막이 (9)
제2장 액막이 (10)
제2장 액막이 (11)
제2장 액막이 (12)
제2장 액막이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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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액막이


잠깐 두려움이 일었고 아빠 생각이 났다.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아빠의 삶도 참담하게 망가질 것이다. 그렇잖아도 마음이 무겁고 불안한데 옆에서 묘화가 또 방정맞은 소리를 했다.

“아무래도 이번엔 예감이 안 좋아. 누구 하난 죽을 것 같단 말야!”
“야! 죽긴 누가 죽어? 자꾸 그런 재수 없는 소리 할 거면 넌 따라오지 마!”
“흥! 그래도 내가 있는 게 훨씬 나을걸?”

공표는 대꾸하지 않았다. 틀린 말은 아니었으니까. 비록 귀신이지만 묘화도 없이 혼자라면 지금보다 훨씬 겁이 났을 것이다. 게다가 강력하진 않지만 묘화 또한 몇 년 동안 이승을 떠돌며 귀기(鬼氣)를 쌓아 웬만한 잡귀는 제압할 힘이 있었다.

집 근처에 이르렀을 때 집 앞 커다란 나무 뒤쪽에서 강한 귀기가 느껴졌다. 공표보다 묘화가 먼저 나무의 뒤쪽으로 움직였고 이어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법사님이 여기 있어!”

공표도 황급히 나무 뒤로 돌아갔다. 묘화의 말대로 정말 거기에 선일이 있었다. 선일은 핏기라곤 없는 창백한 얼굴로 나무에 등을 기댄 채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법사님!”

동공이 풀린 선일은 공표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다. 공표가 선일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지만 그의 몸은 나무토막처럼 단단하게 굳어 있었다. 코에서 흘러내린 피는 옷을 흠뻑 적시고 있었다. 묘화가 겁먹은 음성으로 말했다.

“난 몰라! 이거 틀림없이 원한령의 짓이야! 법사님을 이렇게 만들다니, 정말로 보통내기가 아닌가봐!”

공표는 기운을 풀어 재빠르게 선일의 몸을 훑었다. 놀랍게도 기혈의 순환경로인 경락(經絡)을 비롯한 대부분의 기혈(氣血)이 막혀 있었다. 경외(經外)를 도는 기(氣: 榮氣)와 경내(經內)를 도는 혈(血: 衛血)인 기혈은 생체의 에너지원이라 할 수 있는데 그것이 막혔으니 몸을 유지하는 오장육부의 기능이 정지된 것이다.

이러한 상태가 조금만 더 지속된다면 선일은 장애인이 되거나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영이 퇴마사의 기혈을 모두 막아버리다니 그야말로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공표는 그 자리에서 수형을 만들어 손바닥으로 기를 끌어 모았다. 간지러움이 느껴지며 양손에 기운이 충만해지자 공표는 손바닥으로 선일의 등을 있는 힘껏 밀어 쳤다. 순간 비명을 터트리며 선일이 그 자리에 꼬꾸라졌다. 모든 기혈의 순환경로인 경락의 혈이 갑자기 열리며 순간적으로 몸이 충격을 받은 것이다.

공표는 얼른 선일을 부축해 자리에 앉게 했다. 선일은 극심하게 몸을 떨었다. 그가 떨리는 손을 들어 집을 가리키며 몸서리를 치듯 말했다.

“액막이 인형의…… 염체야…… ”
“염체라구요?”

공표가 반문하자 선일이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집 안에…… 수정이가 위험해…….”

공표는 염체가 뭔지 몰랐지만 자세히 묻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선일은 어서 가서 수정을 구하라고 연신 손사래를 쳤다. 선일도 기(氣) 치료가 좀 더 필요한 상태긴 했지만 수정이 그보다 훨씬 위급한 상황이었다.

“난 여기 남을래.”

묘화가 미리 겁먹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맘대로 해! 아니, 여기 남아서 법사님을 지켜드려!”

공표는 서둘러 밤나무집으로 달려갔다. 집 안은 한 점의 빛도 없이 완벽한 어둠에 휩싸여 있었다. 투시능력이 없었다면 앞을 보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공표의 투시력은 눈을 가려도 앞을 훤히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조심스럽게 마당으로 들어서자 날카로운 바늘 같은 살기가 온몸을 압박해 따끔거렸다. 마당 입구에는 거울이 엎어져 있었다. 집 안으로 다가갈수록 따가운 느낌은 점점 강해졌고 피비린내가 물씬 났다. 비로소 심장이 격렬하게 뛰기 시작했고 두려움이 일었다.

공표는 아직 한 번도 혼자 퇴마를 행한 적이 없었다. 지금까지도 그저 기공을 이용해 선일과 수정을 돕는 수준이었다. 퇴마주술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기공만으로 악귀를 물리칠 수 있을까. 앞으로 나아갈수록 자꾸만 막막하고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믿는 구석이 있다면 최근에 시작한 진언공부가 도움이 되길 바랄 뿐이었다.

안방 쪽에서 신음소리와 여자의 웃음소리가 동시에 들려왔다. 공표는 신음소리를 듣는 순간 그 주인이 수정이라는 걸 단박에 알았다. 마음이 급해졌고 그만큼 두려움도 더 커졌다. 선일을 그 모양으로 만든 악귀가 아니던가. 아니, 인형의 염체라고 했던가. 그게 뭔지는 모르지만 공표에게는 그저 싸워서 수정을 구해야 한다는 일념뿐이었다.

공표는 양손에 기운을 모은 채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투시를 통해 보이는 어둠은 뿌연 안개가 낀 것처럼 보였다. 공표는 마루로 올라서 열려 있는 안방 문 앞으로 다가가다 멈칫했다. 등을 지고 서 있는 남자의 뒷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남자의 어깨 너머로 방 안의 풍경이 보였다. 방 안에는 살기 가득한 붉은색의 귀기가 흐르고 있었다.

원한령이 방 안에 있다!

공표는 다시 마음을 다잡고 남자를 경계하며 방 안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그때 남자가 돌아섰다. 남자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마치 보이는 것처럼 똑바로 공표를 노려보았다. 남자의 동공은 풀려 있었고 그 안에 붉은 핏빛이 담겨 있었다. 놀랍게도 남자는 여자의 웃음소리를 내고 있었는데 그의 온몸에서 독한 지린내가 풍겼다. 몸에서 지린내가 난다는 건 목매달아 죽은 귀신에게 빙의되었단 소리였다.

공표는 여차하면 기공을 날릴 태세를 갖췄지만 남자는 공격의사를 보이지 않았다. 그는 그저 멍한 눈길로 공표를 쳐다만 볼 뿐이었다. 공표는 조심스럽게 남자를 지나쳐 투시의 방향을 방 안으로 돌렸다.

먼저 눈에 들어온 사람은 누워 있는 여자아이와 그 여자아이의 몸 위에 둥둥 떠 있는 기이하게 생긴 인형이었다. 공표는 저것이 선일이 말하던 인형의 염체라는 걸 직감했다. 방 안쪽 구석에 굳은 것처럼 앉아 있는 수정의 모습도 보였다. 수정은 누워 있는 여자아이의 손을 붙잡고 있었다. 이상한 건 여자아이와 수정 모두 몸과 얼굴에 붉은 발진이 돋아 있다는 점이었다.

“누나! 수정 누나, 정신 차려요!”

공표가 소리쳤지만 수정은 그를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 그녀의 시선은 넋 나간 사람마냥 허공에 붙들려 있었다. 공표는 인형과 수정과 여자아이를 번갈아보았다. 인형은 바닥을 향해 엎드린 자세로 여자아이의 몸 위에 둥둥 떠 있었다. 사람도 아닌 인형이 선일을 비롯한 사람들을 이 모양으로 만들었다는 게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

“뭐 하는 거야? 그만둬!”

공표가 금방이라도 기공을 날릴 태세로 인형을 향해 소리쳤다. 인형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왔다. 묘하게 불길한 느낌을 주는 얼굴이었는데 그 얼굴은 이내 기석으로 변했다. 공기가 출렁이는 것 같은 파동이 느껴지며 가면 속에서 기석의 음성이 들려왔다.

“멈……출……수……가…… 없……어!”

뜻밖에도 목소리는 앳되었고 귀기도 생각만큼 강하지 않았다. 저 정도의 영에게 선일이 당했다는 게 의아할 정도였다. 공표는 왠지 모르게 상대가 자기 또래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 뭐 하는 거야?”
“이 아이에게 저주를 내리는 거야.”
“그 아이가 뭘 잘못했다고?”
“내가 받은 저주를 누군가에게 되돌려주는 거지. 그래야만 내가 덜 고통스럽거든.”
“말도 안 돼! 당장 멈추지 않으면 가만 안 둘 거야!”
“너 같은 어린애가 날 멈추게 할 수 있을까?”
“흥! 너도 어른은 아니지? 괜히 주제넘게 굴지 마!”
“할 수 있다면 네가 날 멈추게 해봐! 나도 이젠 멈추고 싶으니까!”

인형의, 아니 기석의 마지막 말에는 언뜻 납득이 가지 않는 묘한 울림이 있었다.

‘나도 멈추고 싶다고?’

공표는 즉시 수인을 맺어 손바닥에 담았던 기운을 손가락 끝으로 몰아 응축시킨 후 최근 수련 중인 진언(眞言)을 외우기 시작했다. 타고난 내공과 염력의 소유자인 공표에게 진언은 가진 힘을 극대화하기에 가장 적합한 방법이었다.

공표는 모든 마군과 악령의 항복을 받아낸다는 항마진언(降魔眞言)에 기운을 실어 반복적으로 읊기 시작했다.

“옴 소나미 소마니 훔 하리안나 하리안나 훔 하리 한나 바나야 훔 아나야혹 바아밤 바아라 훔 바탁, 옴 소나미 소마니 훔 하리안나 하리안나 훔 하리 한나 바나야 훔 아나야혹 바아밤 바아라 훔 바탁…….”

또박또박 끊어 읽는 낭랑한 목소리가 어둠 속으로 스며들며 공간에 파동을 일으켰다. 진언에 담긴 기의 파동이 위력을 발휘하며 인형의 염체를 압박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공표의 타고난 염력에 진언이 합쳐져 그 위력이 배가된 것이다. 염체도 공표의 힘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력하자 놀란 듯했다. 마침내 허공에 떠 있던 인형의 염체가 불안정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소멸되고 싶지 않으면 어서 그만둬!”

공표가 소리를 지르자 기석이 비명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너무 아파…… 살려줘! 아아악!”

염체는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여자아이의 손을 놓았고 그 순간 압력에 밀려나듯 허공으로 튕겨나갔다. 허공으로 튕긴 염체는 벽에 부딪혀 쿵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공표가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저 인형의 영인 줄만 알았는데 실제로 벽에 부딪혀 소리가 났던 것이다.

“뭐야? 영이 아니라 진짜 인형이었던 거야?”

공표는 다가가 바닥에 떨어진 인형을 살폈다. 붉은 옻칠이 되어 있는 인형은 그저 여느 평범한 나무인형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공표는 믿기지 않는 얼굴로 손을 뻗어 인형을 만져보았다. 분명 나무토막처럼 딱딱한 몸체인데 영의 기운이 느껴졌다.

언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인형이 영의 기운과 물리적인 몸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소리가 아닌가. 아무튼 인형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고 공표는 긴장을 풀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공표가 돌아서는 순간이었다. 등 뒤에서 뭔가 움직이는 기척이 느껴지더니 살기를 담은 한기가 목덜미를 향해 달려들었다.

공표는 반사적으로 몸을 굴렸다. 섬광이 번득이는 칼날이 그의 어깨를 스치며 지나갔다. 돌아보니 어느새 되살아난 인형이 손에 칼을 들고 서 있었다. 인형의 기이하게 뒤틀린 입에서 쇳소리 같은 거친 소리가 새나왔다.

“죽여 버릴 거야! 저주를 내려 모두 죽여 버릴 거야! 죽어!”

말을 마친 인형은 칼을 치켜들고 펄쩍 허공으로 튀어 오르며 공표에게 달려들었다. 인형은 허공에서 재빨리 칼을 휘둘렀고 공표는 간신히 칼날을 피해냈다. 작은 인형은 어둠 속에서도 ‘캑~ 캑~ 캑~’ 소리를 내며 재빠르고 거침없이 움직였다.


다음 이야기
제2장 액막이 (15)



(일러스트: 이자정)

Posted by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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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의 영화, 다섯 번의 드라마로 만들어져 기록적인 흥행을 올린 일본 추리소설 사상 불후의 걸작.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의 대활약을 그린 요코미조 세이시의 <이누가미 일족>은 막대한 유산 상속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 살인의 음모를 박진감 넘치게 그린 작품으로, 추리 소설 팬이라면 필견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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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망부석 2008/08/27 10:30

    와.... 점점 이야기가 결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서도...
    더 많은 궁금증이 이는데요~
    수정이랑 진희가 둘 다 붉은 발진이 있었으면 이제 어찌 되는 걸까요~
    진희 아빠에게 빙의된 영은 혹시 무당이 아닐까용~ㅎㅎ

  2. 드뎌 책을 구입했어요.. 오늘 주문했으니 낼도착 귀신전2도 같이 주문했고요 ㅎ
    근데 귀신전2는 3일정도 소요된다하네요.. 어제 인터넷서점에 배포된걸루 알고있는데 아직 물량이 없어서 그런가 암튼 이젠 쭈욱 읽을수 있네요 ㅎㅎㅎ

  3. 아!!
    저두 기다리기 감질맛나서 책을 구입해야될까봐요 으흐흐
    작가님..
    저 책보고,,
    스포 쫘~~~ 악 뿌릴거에욧!! ^^*

  4. 이종호 2008/08/27 17:40

    망부석/ 궁금증을 안고 기다리는 맛이 연재의 재미가 아니겠습니까? ㅎㅎㅎ
    랄라/ 재미있게 읽으시고 감상도 부탁드립니다.^^
    jjonia/ 네, 스포 대신 감상을 쫘~~~악 뿌려주세요.^^::::

  5.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매번 재밌고 흥미진진한 글 고맙습니다

  6. 후끈팬더 2008/08/28 14:55

    처음 연재한다고 했을때 읽어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 정주행 했습니다. 스토리가 무지 탄탄하네요 ^^
    작가님 정말 재밌게 봤습니다!! 화이팅

  7. 점점 흥미진진해지네요~

    너무 재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