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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추석을 맞이하야 2개월 동안 간직해 오던 흰머리 염색을 위해 미용실을 갔다.
머리에 염색약 바르고 앉아 내가 물었다.
"내일 우방 갈건데 요즘 야간 개장 하남?"
"그건 모르겠고....도시락 사 갖고 가...그거 생각보다 재밌어...ㅎㅎ"
"내일 놀토 아니라서 두시나 돼야 올건데? 그럼 점심이 너무 늦잖아...."

이렇게 시작된 제각각 도시락에 대한 추억들을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우선 도시락 하면 가장 먼저 떠 오르는게 조개탄 난로 위에 겹겹이 쌓여 있는 양은 도시락이 아닌가 한다...ㅎㅎ
한 겨울 교실을 따뜻하게 해 주던 이 조개탄 난로 덕분에 누룽지를 덤으로 얻얼 수 있었으나 가끔은 밥이 타버려서 난감했던 기억도....ㅎㅎㅎ
난로 가까이 있는 아이는 너무 뜨거워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 오르기도 했지만 멀리 있는 아이들은 추워서 수업은 듣는 둥 마는 둥 손은 호호~ 불고 발은 쌰샤샥~ 비비느라 고생 좀 하고..ㅎㅎ
그래서 자리 쟁탈이 만만치 않았던 기억도 있다...ㅎㅎㅎ
어찌보면 이때가 참 그립기도 하다...ㅎㅎ
커다란 주전자의 물이 끓으면 교실 내 습도 조절에 가습기 못지 않은 위력을 발휘 했으나 그 물 끓는 소리가 어떨 떄는 자장가로 들리니 점심 먹고 난 후 오후의 나른함을 이기기가 참 힘들었었지....ㅎㅎ 주번이 되어 아침마다 수위 아저씨에게 가서 조개탄 받아 올라치면 조금이라도 더 받을려고 온갖 애교를 다 부리던....ㅎㅎㅎ
참 재미난 기억이 아닐 수 없다....

찬통이 따로 있어도 혹시나 엄마가 잘못 닫았거나 헐거워졌을 경우는 그 안에서 반찬들이 반란을 일으켜 책과 노트등...가방 안을 아수라장을 만들어 버리니 거의 김치가 대표 반찬이었던 시절이라 그 냄새가 온 교실을 가득 메우니 친구들의 눈총을 받기도 했었던...
하지만 얼마 못 가 그 친구 역시나 이런 일을 겪으니 할말 없는 게지...ㅎㅎ

그러다가 플라스틱으로 예쁜 도시락이 나오자 우어~ 도시락 하나에 밥을 담는 곳과 반찬을 담는 곳이 따로 분리 되어 있다....ㅎㅎㅎ
김치가 대표 반찬이었던 그때 반찬 담는 곳에 김치와 멸치 볶음을 함께 담았으니 멸치볶음이 김치 국물과 만나 흐물 흐물 퉁퉁 불어 조금 큰 멸치를 볶으면 멸치가 멸치의 형상이 아닌 빙어가 되어 버리는....ㅎㅎㅎ
특히나 김치와 콩나물 무침이 만나면 그 절묘한 맛이란.....ㅋㅋㅋ

그래서 조금 더 발전한 형태가 그때는 참 귀했던 쿠킹호일....ㅎㅎㅎ
여러가지의 반찬을 쿠킹 호일로 하나 하나 싸 주시던 부모님....
은근히 도시락이 있어 보이고 쫌 살아 보였던....ㅎㅎ
그러나 은박지가 산화되면 몸에 안 좋다며 이야기가 돌자...그때 부터는 반찬 분리할 때 을 사용 했었지..ㅎㅎ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당시 가장 고급 도시락 반찬으로 꼽으라면 일단~~은 소시지에 계란 입혀 구운 것....
이후 야채 소시지는 그야말로 인기 만점이었었다...ㅎㅎㅎ
밥 위에 올려진 계란 후라이~~ㅎㅎㅎ
처음엔 자랑삼아 밥 위에 얹었지만 어느날 부터인가....빼앗기는게 싫어 그 계란 후라이는 도시락 맨 아래로 자리하는 신세가 되었지..ㅎㅎㅎ
가운데 김을 넣은 계란말이....ㅎㅎ
그러고 보니 계란이 참 귀했던 시절이었다.

도시락을 사 올 형편이 안 되는 친구를 위해 일부러 집에서 밥 많이 먹고는 점심도 많이..무조건 많이 싸 달라고 했던 기억도 있고....

나름 엄마들의 반찬 걱정에서 벗어나게 해 주겠다는 생각에 반찬 품앗이(?)도 했으니 누구는 된장...누구는 고추장..누구는 김치...등등을 맡아 준비하고 점심 시간에 똘똘히 뭉쳐져 있던 탄수화물을 숟가락으로 군데 군데 파 헤치고성은 물 말아서 고추를 된장에 찍어 먹는 그 맛...
아아~~ 꿀꺽~

늦어도 새벽 5시에 일어나 새벽 밥을 지어야 도시락을 쌀 수 있었다.
고3때는 특히나 아침 7시 10분 등교에 10시까지 야자를 하니 아침 6시가 조금 넘으면 집을 나서야 했었다.
밥 앉히고 반찬 만들고 그리고 깨우기 전쟁을 하고....
도시락 두개는 기본이었기에 저녁에 먹을 반찬은 되도록이면 상하지 않는 조림등의 밑반찬으로....낮에 먹을 반찬은 나물 같은..무침으로....
참 우리네 엄마 세대를 고생도 많았다.
겨울이면 보온 도시락에 따뜻한 국물이 있어야 밥도 더 따뜻하게 오래 간다며 매일 매일 국의 종류를 달리 끓여 넣어 주셨던 어머니들이었다.

나는 한번도 급식이라는 것을 해 본 적이 없는 세대이다.
거기에 비해 또 한번도 아이들 도시락을 싸 준 적이 없는 엄마이기도 하다.

새삼 이런 이야기들이 오가는데 참 대조적인 이야기가 나왔다.
연세 지긋하신 어른 한 분이..."나때는 도시락은 커녕 맨날 어느 집에서 모사 지내는지 그것만 확인 했어...먹을게 없으니 모사 떡 얻어 먹을라고 얼마나 뛰어 댕겼다고....ㅎㅎ"
거기에 비해 아직은 무지 젊은 새댁..."전 급식 세대라 도시락에 대한 추억이 없어요..."
나중에 내 딸들도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싶다...

내일은 조금 늦은 아침을 먹고라도 도시락을 싸 볼까나..
마음 뿐 용기가 안 난다...ㅠㅠ

검색을 해 보니 요즘 엄마들 솜씨가 좋아 참 예쁜 도시락들이 많더만..
그렇게 예쁘지는 않더라도 그냥 찬합에다가 밥과 상추.고추,된장만 싸도 기분만큼은 진수성찬 못지 않을 것 같다...

그려군이랑 상의를 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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