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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와 선거권의 본래 의미와 국개론

2008/09/08 17:13 불멸의 사학도 씀.
분류 : 생각의 조각
꼬릿말 : 국개론, 권리이자 의무, 민주주의, 선거, 선거권, 자유민주주의, 자유주의, 참정권
   흔히 선거를 민주주의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서양 근대사회에서 통용되던 선거는 자유주의적인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자유주의는 우리가 흔히 자유민주주의라고 부르기 떄문에 혼동하기 쉽지만, 본래 민주주의와는 상당히 다른 성질의 것이었습니다. 근대에 자유주의를 신봉하던 사람들은 부르주아였고, 오늘날처럼 모든 국민에게 권리를 부여하는 것에 반대했던 사람들입니다. 이시기의 자유주의는 굉장히 귀족적이었기 때문에 국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은 충분히 배우고 국가에 납세로 기여를 하는 유산자에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어쨌든 이들은 사회적으로 부와 명예를 얻었고, 국가를 위해 필요한 지혜를 갖춘 사람들이기 때문에 마땅히 자신들만이 국정에 참여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권리가 있는 사람이 국정을 독식하고 그 위기에 대한 책임1도 그들이 진다는 점에서 오늘날의 민주주의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습니다.

   게다가 그때 당시 주류가 되는 경제학은 고전경제학으로, 아담스미스의 국부론에 나오는 것처럼 야경국가를 지향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는 국방을 책임지고, 무역을 장려하면서, 이에 필요한 재원을 부르주아 토지소유자와 자본가에게서 충당했습니다. 즉, 끼리끼리 잘 노는 상황에서 국가는 굳이 농민이나 노동자의 세금을 필요로 하지 않았고,(세금이 없다고 그들의 삶이 비참하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당연히 의무를 지지 않은 사람에게 선거권이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당시 사람들은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국가가 떠맡게 되면서 추가적인 재원이 필요해졌습니다. 이 시기에 심각해졌던 제국주의 확장정책은 그러한 것을 더욱 가속시켰습니다. 결국 새로운 재원을 새로 생긴 노동계급의 호주머니에서 세금을 걷는 것으로 마련을 했고, 그 반대급부로 참정권이 주어졌습니다. 참정권을 권리의 일종으로 인식하게 된 것은 귀족이나 부자가 아닌 사람에게 참정권이 부여된 이후부터였습니다. 그 이전까지는 특권을 가진 자의 의무의 일종이라고 인식을 했던 것입니다.

   오늘날에는 비록 이러한 본래 의미가 많이 희석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선거권은 권리이자 의무로 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세상이 좋아진 탓인지, 그러한 의무를 망각하고 투표권을 내던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무리 수천만 표 중에서 한 표에 불과하지만, 그것은 세금을 내는 우리가 행사해야할 권리이고, 나라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는 사람이 지켜야 하는 의무입니다.

   저는 오늘 수업시간에 이 내용을 들으면서 선거기간에 유행처럼 번졌던 '국개론'이 떠올랐습니다. 바빠서 못한다는 건 인정할 수 있다지만, '선거권도 권리니까 내가 포기하겠다는데...' 이런 말도 나오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결국 그들이 스스로 운명을 결정할 권리를 포기하고 나라의 운명을 결정해야 할 의무를 져버렸기 때문에 어쩌면 그들을 국개론의 이름으로 욕한다 하더라도 할 말이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자기 혼자서는 총 유권자 3천만 표 중에 단 한 표겠지만, 그러한 생각을 품은 사람이 전 국민의 10퍼센트만 되더라도 그것은 300만표, 즉 이번 선거를 뒤집을 수도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래도 선거날에 놀러가시겠습니까? 선거날에 꼭 투표해야지 하는 사람이 조금만 늘어나도 역사가 변합니다. 아무리 소액주주라도 자신의 주식에 대한 권리를 다른 주주에 위임해서라도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오늘날의 주식회사가 돌아가는 방식입니다. 철저하게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인데도 나름의 민주주의 원리가 적용되는데,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부르는(본래 민주주의의 것이 아니지만, 대의민주주의를 구현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식이라는 점에서) 선거가 이런 식으로 볼품 없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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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note.
  1. 이전의 전쟁은 왕과 귀족 등의 특권계층과 그들이 고용한 용병부대간의 전투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현대의 전쟁과 비교해서 민간인의 피해가 적었고, 종종 사람들에게 강건너 불구경이 되기도 했습니다. 전쟁의 주체가 귀족이었다는 점은 현대에 와서도 세계대전 당시 부유층과 지식인의 참전 비율이 높았던 것으로 나타납니다.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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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용감한티카  2008/09/09 02: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장 대표적인 예가 몇달전 강남 3구의 결집으로 이뤄낸 서울시교육감 선거겠죠.
    지금의 서울시교육감께서는 여타 지역에서는 내걸지 않은....
    "전교조에게 교육을 맏겨서는 않된다!"는 현수막을 유독 강남 3구에 뿌려대고,,,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 선거에 미온적인 타학군 유권자들은,
    이른바 응집된 강남 8학군 유권자에게 밀린꼴이 되어버렸습니다.
    이에 성원하기 위해 몇년 남지도 않은(사실 잔여 임기땜방용이었던) 시교육감께서는 여러 공약사항을 임기내 꼬옥~이뤄내겠다고 하십니다.

    재미난 세상입니다.
    • 불멸의 사학도  2008/09/09 12:56     댓글주소  수정/삭제
      지난 교육감 선거는 사람들이 아직도 교육감이 무엇을 하는 직책인지 모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뭐 하는지도 모르는 사람을 선거로 뽑을까요? 우리나라에서 전 국민이 참여하는 선출직은 대통령과 국회의원, 각 광역 기초자치단체의 장과 의회 의원+교육감밖에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나머지는 소속된 구성원들이 뽑는 거죠... 교육감은 선거기간에 따로따로지만 결국 전국민에게 투표권이 돌아간다는 점에서 역시 지방선거와 같다고 볼 수 있구요...)

      아, 물론 지방의회 의원들처럼 행적이 묘연한 분들(하도 외유를 많이 다니셔서)도 계시지만, 교육감은 그런 분들하고는 차원이 다르죠... 그야말로 정부에서 지방에 위임한 모든 교육정책을 주무를 수 있고, 특히 서울 따라하기 병에 걸린(교육분야에선 절대적이죠...) 지방에 대부분 그대로 적용된다는 점에서 서울 교육감은 교과부 장관 부럽지 않은 자리일텐데요...

      그런 분을 사실상 강남 3구 몇 만의 유권자가 뽑게 놔두다니, 이분들은 자기 자녀들에게 큰 죄를 지은 셈입니다. 나중에 교육의 질 차이로 인한 신분이 발생해서 도저이 뛰어넘지 못하게 되면 피눈물을 흘릴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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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사학도는 이렇게 말했다.

"이룰 수만 있다면 뭐라도 믿고 싶어요."

우리 슬픈 종부세를 구해주세요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며는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 칠 그날이
이 목숨이 끊치기 전에 와 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올리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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